파도 스튜디오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파도는 지구의 자정 작용 중 하나다. 파도가 치면 해수면은 순환하며 정화된다. ‘Purify Us(Earth): 우리를(지구를) 정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픈한 ‘파도 스튜디오’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파도 스튜디오-채화경

파도 스튜디오는 강릉 바다 앞 작은 가게에서 수제 비누를 만들어 판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서퍼인 채화경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 작지만 큰 파도를 만들고 있다.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며 시작한 강원도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중대사가 함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에 더 그랬다.
나 자신마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던 그때, 곁을 지켜준 건 비누 만들기였다. 보기에도 예쁘지만 자연의 향을 내는 비누는 타향살이와 육아에 지친 마음을 정화해주었다. 파도 스튜디오의 슬로건인 ‘정화하다’는 두 가지 의미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든 비누로 사람과 지구를 정화한다는 의미와 우울하고 슬픈 누군가가 파도의 비누로 마음을 정화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파도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요?
서퍼들이 강원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현재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는 수제 비누를 만드는 ‘파도’고요. 파도의 제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됩니다.

늘 자연으로 향하는 서퍼답게 바다뿐 아니라 자연에 무해한 원료만을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주로 코코넛야자 오일이나 포도씨 오일, 옥수수 오일 등 인간에게도 자연에도 그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천연 원료로 제작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저온 숙성 비누가 있어요. 식물성 오일을 주원료로 비누를 만들면 건조, 중화 등 숙성시키는 과정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거의 한 달이 넘는 제작 기간이 소요되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환경적인 부분이겠어요. 그렇죠. 서핑은 자연에서 즐기는 스포츠예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도를 타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환경적인 고민들이 다른 브랜드들 틈에서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파도의 경쟁력이 됐어요. 환경과 동시에 수제로 제작하는 방식 역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요소예요. 저희가 직접 원료를 선택하고 제조하다 보니 손님들이 궁금해하고 원하는 부분에 대해 곧장 알려드릴 수 있다는 것도 파도의 강점이죠.

파도의 슬로건이 ‘Purify Us(Earth):우리를(지구를) 정화하다’라고 들었어요.
파도는 해수면을 정화하는 자정 작용을 해요. 파도 스튜디오의 목표는 우리와 지구를 정화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식물성 재료를 주원료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그에 배반하는 것들과 타협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조·생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포장재를 생분해되는 비닐로 바꿨어요. 비누 디자인을 할 때 사용하는 짤틀이나 짜주머니 같은 도구들도 비닐이 많이 쓰여요. 그래서 웬만하면 디자인까지 간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렇게 파도만의 색깔을 구축해나가고 있죠.

강릉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울에 있을 때 스노보드와 서핑 등 익스트림 스포츠 웨어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여름에는 바다로, 겨울에는 산으로 향했죠. 어느 날 돌아보니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강원도에 머물고 있더라고요. 도시에서 살 때보다 돈은 못 벌더라도 좋아하는 곳에서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결혼과 동시에 양양으로 이사했어요. 남편과 함께 서핑 숍으로 자리를 잡고 바로 옆 강릉으로 이주한 다음 파도 스튜디오를 열었죠.

인접한 양양과 강릉 사이에도 지역적인 차이가 느껴지나요?
양양에 비하면 강릉은 훨씬 큰 도시죠. 2014년에 처음 이주했을 때만 해도 양양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골이었어요. 전형적으로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는데 몇 년 새 서핑 성지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뿐 아니라 이주민도 많이 늘었죠. 그런데 강릉은 양양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트렌드에는 무딘 느낌이에요. 보존할 건 보존하며 천천히 성숙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할까요.

파도의 비누들은 해변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서퍼의 정신 ‘로컬리즘(Localism)’과 닮았다. 천연 재료로 지속가능한 방식의 제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비누로 브랜딩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래 전공한 무용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서핑 숍을 운영하면서도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발리로 무용 전지훈련을 가려고 준비했는데 임신을 한 거예요. 그렇게 야심 차게 준비하던 꿈이 무너지고 출산과 육아에 지쳐 우울증에 걸렸죠. 그러던 차에 우연히 SNS에서 비누를 보고 매료돼서 곧바로 상경해 비누 창업반 수업을 들었어요. 아기가 잘 때 틈틈이 비누를 만들면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안해졌어요. 잃어버린 자존감도 되찾고 마음에 여유도 생기자 만든 비누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받은 비누를 사용해보고 팔아도 되겠다고 권유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파도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이 뿌듯하고 보람차요. 특히 강릉에 여행 왔다가 들르는 곳이 아니라 파도에 오기 위해 강릉 여행을 계획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에 파도를 막 오픈했을 때 일이에요. 당시 비누가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변경되면서 식약청에서 관리하는 물품으로 분류되기 시작했어요. 과정이 워낙 까다롭고 엄격해서 겁을 많이 먹고 진짜 이걸 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했죠. 마침 그때 어떤 손님이 왔는데, 제품도 마음에 들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 좋다는 거예요. 서울에 살면서 예쁜 비누 만드는 업체들을 많이 봤지만 파도만의 명확한 방향과 가치가 따뜻하게 받아들여져서 너무 좋다고 말해줬어요. 그 한마디가 파도와 저를 구원했죠.

강원 지역에 젊은 청년들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로컬 창업이나 크리에이터 활동 등 정부지원도 많아졌고요.
지역에서는 사실 창업 말고는 젊은 친구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없긴 해요. 이번에 저희도 직원을 채용하려고 공고를 냈는데 서른 명이나 지원을 했어요. 생각해보니 강릉에는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하려고 강원도에 와서인지 이러한 현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파도 스튜디오를 통해 청년들에게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도시에서 막 이사 왔을 때는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불편한 점도 있었죠. 대도시에서는 마땅히 누리던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온라인으로 도시의 물건들을 구매하는 일이 편리해졌어요.

강릉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강릉에 처음 왔을 때 가로수길에 감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어요.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도 아름답지만, 커다란 열매가 주렁 주렁 매달렸을 때는 강릉만의 정취가 느껴져서 좋아요. 또 강릉 사람들은 옛것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편리할 만큼 발전했지만 옛날의 모습 역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에요.

앞으로 파도는 어떻게 진화하나요?
샴푸 바, 린스 바 등 새로운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라인업을 넓혀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소비자층을 늘릴 것인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입지를 다질 것인가 고민했어요. 이제는 라인업을 차근차근 넓힐 때가 됐다고 판단했죠. 호텔과 숙박 업소에 들어갈 친환경 어메니티도 준비 중에 있으니 곧 강원 지역 곳곳에서 파도 스튜디오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파도의 비누들은 해변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서퍼의 정신 ‘로컬리즘(Localism)’과 닮았다. 천연 재료로 지속가능한 방식의 제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비누는 1차 포장을 해야 하는 제품인데, 비닐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고민하다 생분해 비닐을 찾아냈죠. 2019년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시대가 됐잖아요.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그렇게 사서 고생하더니 결국 그 고집이 맞았다고 인정해주더라고요.

 

Contributing Editor 박진명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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