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김효진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강요가 아닌 유연한 것을 선호한다.

블랙 톱은 AIMONS.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요.
네, 얼마 전에 짧게 잘랐어요. 작품 찍을 때가 아니면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편이라 몰랐는데 거의 10년 만에 잘랐더라고요.

‘김효진’ 하면 항상 떠오르는 모습이 있어서 일부러 긴머리를 고수하는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그냥 딱히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필요할 때만 변화를 주는데, 그런 때는 주로 작품을 할 때죠. 평소에는 거의 무신경한 편이랄까. 저는 그렇게 고집 센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원칙 같은 건 하나쯤 있지 않나요? 흠… 저는 정말 그런 질문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닌데.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저런 원칙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라는 말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어떤분은 저를 자기 기준이 분명하고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화이트 스카프 네크 포인트 칼라 셔츠는 DINT, 블랙 레더 팬츠는 AIMONS, 블랙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효진 씨가 오랫동안 비건이었고, 또 동물 보호나 환경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을 사람들이 아니까요.
기회가 있을 때 몇 번 얘기했을 뿐인데 다들 제가 굉장히 엄격한 비건인 줄 아시더라고요. 또 예전에는 비건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때라 채소만 먹어요, 플라스틱 안 써요, 하면 좀 유별나 보여서 더 각인됐던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저는 비건이 아니라 ‘비건 지향인’이에요. 무분별한 소비는 당연히 반대지만, 택배 없는 삶은 꿈도 못 꾸죠. 최소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에요.

아이보리 크롭트 재킷은 DINT, 화이트 티셔츠는 COS, 아이보리 와이드 핀턱 팬츠는 AIMONS, 블랙 로퍼는 SALVATORE FERRAGAMO.

더 옳은 방향이 뭔지는 알지만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다들 마음속에 부채감을 조금씩 안고 사는 것 같아요. 그 부채감의 크기는 각각 다르지만요.
맞아요. 개인의 민감도뿐 아니라 각자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제 생각과 주장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무엇보다 나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의도로 권유했더라도 상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고, 그걸 적극 권유할 만큼 저 또한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고맙지만 사양할게”라고 말하는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잖아요. 저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고기와 유제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비건 지향으로 바뀌었어요. 가능한 한 채식 위주로 먹자 주의죠. 남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절대 제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요. 아이들에게는 “고기는 안 돼”가 아니라 채소의 장점들을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요. 첫째 수인이는 초등학생이라 이런 얘기들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됐어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정보들을 접하고 아이가 그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궁금하기도 해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환기는 하되, 그 다음의 판단과 선택은 아이의 몫이죠. 여러모로 저는 유연한 게 좋아요.

화이트 니트 톱, 블랙 팬츠 모두 IRO.

그 마음속 부채감을 덜기 위해 스스로 찾은 방법이 또 있나요?
아, ‘당근’이요! 요즘 당근마켓에 푹 빠졌어요. 필요한 물건을 싸게 잘 고르고 비대면으로 쿨거래를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가장 최근 당근마켓에서 거래한 물건은 뭔가요?
‘타요 스테이션’이요. 하하. 아이 키우는 분들은 다 아실걸요? 둘째 루인이가 이제 한국 나이로 4살이 됐거든요. 딱 주차장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죠. 너무 좋아해서 하나 사주고 싶긴 한데, 장난감이 죄다 플라스틱이라서 살 때마다 마음이 조금 불편했거든요. 망가져서 버리는 쓰레기도 무시 못하고요. 그런데 당근은 필요한 물건만 포장 없이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정말 좋아요.

비건이나 환경 말고, 혹시 다른 관심사는 없나요?
요즘은 미니멀에 관심이 많아요. 비건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키워드인 것 같아요. 당근마켓도 그렇게 이용하기 시작했고요. 무분별하게 쌓이고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아이들에게도 물건만큼은 소중하게 다루도록 엄하게 가르치는 편이에요.

실제로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할 때도 있고, 아예 반대로 행동하기도 하고. 그런데 나가서는 제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듣는 그대로 기억하고 말하잖아요. 아이들이 당장 이해를 하든 못하든 꾸준히 계속 말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가 몸에 자연스럽게 배도록요.

‘꾸준하고 한결같은’ 걸 좋하는군요. 그렇게 매일 실천하는 것이 또 있나요?
흠…메모하기요. 새해가 되면 다이어리를 사서 새해 계획을 쭉 적어요. 또 매일마다 그 날 해야 할 일도 적고요. 아주 간단하고 짧은 메모들이라 적는데 시간도 오래 안 걸려요. 그걸 매일 펼쳐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하루를 분주하지 않게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조금 복잡한 일이 있어도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다잡기에도 도움이 돼요.

며칠 전 생일이었죠. 지난해에도 생일 즈음 만났는데, 올해는 어떻게 보냈나요?
소속사에서 같이 일하는 한 친구가 제가 예전에 마음에 들어 했던 물건을 기억해뒀다가 선물로 주더라고요. 진짜 감동했어요! 남편한테 꽃다발이랑 깜짝 선물도 받고요. 나름 즐겁게 보냈네요.

그런데 지난해 생일에도 똑같이 대답한 거 아세요? 생일 풍경도 한결같군요!
어머, 정말요? 하하하.

Editor KIM EUNHYANG
Photographer SONG SIYOUNG
Styling 윤은영
Hair 조영재
Make-up 박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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