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드너 부족의 이야기

식물의 힘을 아는 주디스 드 그라프와 이고르 조시포비크.
세계 최대 플랜테리어 커뮤니티 어반정글 블로그를 운영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반정글 블로그’는 세계 최대 플랜테리어 커뮤니티예요. 인스타그램 (@urbanjungleblog)의 팔로워는 125만 명이나 되죠. 커뮤니티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어반정글 블로그는 식물 애호가들이 모인 글로벌 부족이에요. 10년 전쯤 파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디자인, 패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 식물과 함께 사는 일에 꽤나 열정적이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자리에서 매달 하나의 가드닝 주제를 세우고 개별적으로 연재하는 블로그를 기획했고, 그게 어반정글 블로그의 시작이에요. 2013년 9월에 첫 게시물을 올렸죠. 글을 올린 직후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다른 블로거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와서 어반정글 블로그를 오픈 커뮤니티 형태로 전환했어요. 사람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도전하고 싶은 DIY 방법들을 소개했으며 식물 스타일링 팁을 교류했어요.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트위터를 통해 소소하게 공유하던 이야기가 블로그의 새로운 게시물이 되었죠. 인스타그램에서 #urbanjunglebloggers는 관엽식물을 상징하는 해시태그 중 하나가 되었어요. #urbanjunglebloggers 해시태그를 단 식물 사진 중 가드너에게 영감이 될 만한 이미지를 하루에 한두 장씩 공유한 덕분에 팔로워도 많이 모였어요. 수년에 걸쳐서 멋진 녹색 공동체로 성장한 것 같아요.

세계의 많은 가드너들이 어반정글 블로그에서 소통하잖아요. 식물을 기르는 일은 굉장히 내향적이고 사적인데 온라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이 신기해요.
처음 어반정글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우리 두 사람의 열정 프로젝트였어요. 지난 몇 년 사이 수백만 명의 공동체로 성장했고 처음과는 그 규모나 색이 달라졌죠. 이전에는 인근 지역의 유저를 모두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아요.

어반정글 블로그의 주디스 드 그라프와 이고르 조시포비크는 여러 나라의 가드너 집에 방문해 식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눈 기록을 두 번째 책 «Plant Tribe»로 출간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 어반정글 블로그가 시작한 챌린지 ‘식물과 함께 집 안에 머무세요(Stay Home with Plants–April Challenge)’도 화제였죠. 다양한 나라의 가드너가 식물과 집에 머무는 모습을 공유했어요.
당시 우리도 집에 머물며 최선을 다해 식물을 돌봤어요. 그럼에도 블로거들과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챌린지예요. 4월 내내 매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았죠. ‘사회적 거리두기 1.8m가 가늠되지 않는다면 가드너들이여 커다란 몬스테라의 키를 생각하라’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식물을 한번 안아봐라’ 같은 다양한 팁이 등장했어요. 참 재밌는 시간이었죠.

식물의 힘 그리고 그를 통한 연대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식물의 어떠한 모습에 매료되었나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일상의 속도를 좌우하는 시대예요. 초디지털 세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죠.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듯한 두려움을 느끼는 ‘포모증후군’에 직면하기도 하고요. 식물은 이렇게 빠른 디지털 라이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우리에게 인내심을 가르치고 마음을 챙기는 법을 일러줘요. 우리 역시 자연의 순환, 섭리 속에 있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며 오늘을 살게 하죠. 식물은 항상 변화하지만 늘 인내심과 회복력을 지니고 있어요. 식물에게서 우리는 상황에 적응하며 사는 법을 배워요. 또 식물의 생명력을 느끼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예요. 집 안에 식물을 들이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분, 여유를 더해지는 것도 신기하죠.

“식물은 늘 우리에게 인내심을 가르치고 마음 챙기는 법을 일러준다”고 말하는 주디스 드 그라프와 이고르 조시포비크.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식물을 가까이하는 이유가 아닐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책 «반려식물 인테리어»를 출간했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2016년 9월에 영미권과 독일에 첫번째 책 «Urban Jungle: Living and Styling with Plants»를 출간했어요. 이후 13개 언어로 번역돼 많은 국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한국에서는 «반려식물 인테리어»로 소개되었고요. 유럽 전역의 플랜테리어가 돋보이는 집을 항해하듯 찾아다니며 소개했어요. 또 어반정글 블로그의 블로거 18인이 제안하는 식물 스타일링 팁과 DIY 프로젝트를 공유했죠. 재작년에 내놓은 두 번째 책 «Plant Tribe»는 식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주목했어요. 홈 인테리어는 물론 식물이 주는 에너지, 창의성, 웰빙, 사랑 그리고 식물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써 내려갔죠. 물론 식물 관리법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식물을 기르는 법처럼 어반정글 블로그 팔로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도 담았어요. 한국에서도 얼른 번역, 출간되면 좋겠네요. 하하.

두 사람만의 플랜테리어 비법이 있다면요?
우리는 두 권의 책 «Urban Jungle: Living and Styling with Plants» «Plant Tribe»를 통해 식물에게 규칙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물론 키우는 식물을 이해하고 함께 잘 사는 법을 아는 건 매우 중요해요. 그럼에도 식물과의 삶은 늘 자유롭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키 큰 식물 몇 개를 허리춤까지 오는 토분에 기르는 것도, 천장 빼곡히 몇십 개의 행잉 식물을 기르는 것도 모두 옳은 일이에요. 당신이 편안함을 느끼기만 한다면요. 즐기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새로운 식물 조합을 실험하고 도예 공방에서 화분을 만드는 수업을 들어보세요. 꺾꽂이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켜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세요!

두 사람이 가장 애정하는 식물은 무엇인가요?
이고르) 지금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꼽으라면 떡갈고무나무와 수채화고무나무예요. 떡갈고무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무한히 성장하며 계속해서 잎사귀를 피워내요. 수채화고무나무는 독일의 중고 거래 플랫폼 eBay Kleinanzeigen를 통해 구입했어요. 나무를 판 소녀는 모든 소지품을 처분하고 세계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수채화고무나무가 그의 마지막 소유물이라 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요. 제게 온 이후로 아주 멋지게 자라고 있어요.
주디스) 저는 야자와 선인장이요. 야자수는 열대 지역으로 휴가 온 듯한 여유로움, 반짝이는 햇살을 연상시키죠. 또 야자수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참 사랑스러워요. 선인장은 각기 다른 모양이 마치 살아 있는 조각품처럼 느껴져요.

어반정글 블로그의 다음 계획도 궁금해요.
온라인 교육 플랫폼 도메스티카(Domestika)에서 식물 스타일링 수업을 하고 있어요. 어디서 어떻게 식물을 사고 키워야 하는지부터 친절하게 열정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또 최근에 씨앗 심기(Planting Seeds)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답니다. 어반정글 블로그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www.urbanjunglebloggers.com) 에서 확인해보세요!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김희성, 오한별
Photographer 송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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