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

팬데믹과 환경오염의 영향일까. 세계적으로 가드닝과 정원,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 어느 때보다 도시 곳곳에 녹음이 넘쳐난다.

포레스트 파빌리온
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 타운 포레스티아스(Forestias)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방콕 인근 4만8000m² 규모의 땅을 매만져 숲과 도시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꾸릴 예정이다. 빌라와 아파트 등 주거 공간을 기반으로 의료 시설, 스포츠 단지, 극장, 시장, 1.6km 길이의 고가 산책로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며, 현재 생태계 학습센터, 파빌리온 등 녹지를 품은 랜드마크가 완공된 상태다. 프로젝트 책임자 끼띠푼 쿠이야마푼(Kittiphun Ouiyamaphun)에 따르면 ‘3300만여 달러의 비용을 들여 포레스티아스에 실제 숲을 포함해 거대한 인공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거주민들에게 다채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매일같이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기원후 4000년
2006년부터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 축제(Festival des Architectures Vives)는 설계, 건물, 조경, 도시 전체를 살아 있는 건축으로 바라보며, 각기 다른 장소 10곳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해 여름,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AJO는 건축 축제에 작품 ‘An 4000’을 전시했다. 두 개의 거울 사이에 정원을 설치한 작품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펼쳐지는 정원이 등장한다. 4000년이 되면 자연을 위협해온 인간은 사라지고 태초의 자연, 식물만이 남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환과 회복을 통해 자연은 사방에서 무한하게 증식하고 인간이 생태계에 남긴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될 것이란 작가의 예측이 부디 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람객은 정원을 바라봤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지만 정작 파리 시민의 5%만 이용하는 샹젤리제 거리. 8차선 도로에 시간당 3000대의 차들이 지나다녀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지만, 2030년에는 지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파리시가 샹젤리제 거리를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기 때문. 2억5000만 유로(약 3343억원)를 투입해 개선문부터 콩코드광장까지 1.9km가량 이어지는 8차선 도로에 시민을 위한 산책로와 나무 터널, 공원을 만들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축사 사무소 PCA-스트림의 건축가 필립 치암바레타는 “샹젤리제 거리는 전 세계 도시들이 직면한 공해와 소비지상주의 문제가 집약된 곳이 되었다”며 “생태적이고 포용적인 형태로 개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호텔 마담 레브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북적였던 중앙 우체국.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은 쓸모를 잃었고 그저 상징적인 건물로 여겨졌다. 지난해 가을, 우체국은 두 번째 챕터를 맞이했다.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진두 아래 파리지앵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호텔 마담 레브로 재생되었기 때문. 에펠탑과 노트르담대성당 등 주요 랜드마크에 둘러싸인 호텔은 앤티크하지만 우아한 미감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호텔은 수영장 대신 곳곳에 식물 100여 종을 심었고 파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루프톱 바 ‘7th 헤븐’은 도시 속 숨겨진 에덴동산처럼 꾸렸다.

비해복스의 연구개발센터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석 회사 비해복스(Behavox)의 연구개발센터는 사무 공간임에도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플랜테리어를 진행했다. 최대 283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부터 카페테리아, 브레인스토밍실 등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되 벽을 최소화해 개방감을 높이고, 또 창의적인 디자인을 원했던 회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식물을 선택했다. 위아래로 뻗어나가는 자유로운 수형의 나무와 계단을 타고 오르는 덩굴은 경직된 사무 공간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는다. 건축가는 식물이 뿜어내는 생동감을 인테리어 요소로 적극 활영하기 위해 목재 칸살, 계단, 벤치 등을 마련했다.

 

레지던스 알마
오랜 수령의 나무와 덩굴 같은 식물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은신처로 사용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레지던스 알마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식물의 안온하고 내밀한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기존 건물 외관은 보존하되 1층의 상업 공간을 재개발하고 2개의 고층 아파트를 통합하는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 내부의 모습이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프로젝트를 이끈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바르다(Atelier Barda)는 안뜰을 마련해 매우 사적인 야외 공간인 동시에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 또 안뜰에서 자연광을 최대한 내부로 끌어들여 침실, 거실, 주방 등의 공간에 해사한 빛이 쏟아지도록 했다.

네이처 디스커버리 파크
홍콩 내 고급 쇼핑몰 K11 MUSEA의 8층 루프톱에는 너른 정원이 펼쳐진다. 홍콩 최초의 도시 생물 다양성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정원은 방문객에게 농장 체험 학습부터 정원 생태 투어, 식사까지 도시 농업과 관련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온실에서 수경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요리를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온실과 다이닝을 비롯한 모든 공간은 지속가능한 소재와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건축했다. 펜던트 램프 프레임이나 문손잡이에 목재 소재를 적용하고, 정원의 모든 문을 슬라이딩 형태로 만들어 바람이 실내외로 용이하게 흐르도록 했다.

에어버블 플레이그라운드
폴란드 바르샤바의 코페르니쿠스 과학센터(Copernicus Science Center).
태양을 중심으로 우주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주장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딴 이곳은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과학 체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과학관 외부 공간에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코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가 만든 에어버블 플레이그라운드가 자리하는데,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긴 바이오테크 놀이터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대기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유리 실린더 52개 안에 무려 520L의 클로렐라가 자생한다. 클로렐라는 오염물질이나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내부 공기를 분당 200L까지 머금어 다시금 깨끗한 공기로 방출한다. 그리고 정화 과정은 아이들이 뛰면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태양열로 이뤄진다. 아이들은 뛰어오를 때마다 깨끗한 공기와 함께 놀이터 너머의 녹지를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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