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영희의 시간은 그렇게 계속된다.

고요하고 은은하게 타오르지만 결코 꺼지지 않을 불꽃 같은 서영희의 시간은 그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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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개봉하는 영화 <뒤틀린 집>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사하게 된 집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느 지점에 마음이 끌렸나요?
제가 맡은 엄마 ‘명혜’는 가족을 지나치게 아끼는 마음이 오히려 내면의 아픔이 되고, 어느 순간 증오로까지 번져가는 그런 인물이에요. 가족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문제를 끌어안고 고민하는 명혜가 좋았어요. 나는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진심을 온전히 드러내는 솔직함이 부럽기도 했고요.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을 다들 극복하려고 할 뿐 놓으려고 하진 않잖아요. 명혜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다시 그 상태에서 극복하거든요. 그래서 명혜를 연기하는 동안 마음 한편에서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죠.

같은 엄마로서 명혜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진 않았나요?
영화 속 제 인상이 특히 그랬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연기할 당시의 느낌으로 인상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명혜의 포인트인 것 같아요. 상황을 이겨내고 싶지만 현실은 받아주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지치고 이겨내는 과정의 연속인. 결국 저나 명혜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 마음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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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 하면 스릴러나 공포 같은 장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대중의 시선에 배우로서 솔직한 마음은 어때요?
사실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60% 정도예요.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특정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인지 쉽지 않더라고요. 비슷한 캐릭터를 아예 피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전보다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계속 도전하게 되죠.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로라도 기억해준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밝고 쾌활한 역할, 나이에 맞는 로맨스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웃음)

극한의 상황이나 감정에 처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개인적인 일상이나 감정이 흔들리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아요.
저는 어제 일도 금세 잊어버리는 사람인데, 요즘은 조금 헷갈려요. 연기하는 캐릭터와 스스로를 분리하기 위해 ‘잊어버리는 것’을 학습지 않았나 싶어서요. 평범한 일상의 감정까지도요. 앞으로는 어떤 감정을 느끼면 어느 정도 간직하고 또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최근에 본 것 중 욕심나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봤어요. 그들처럼 생활과 맞닿은 대사,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소에 절대 내뱉을 것 같지 않은 시적인 말들을 서슴 없이 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왜 그런 생각을 했나요?
누구나 예쁜 말만 하면서 살고 싶지만 삶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죠. 현실에서 생각을 진솔하게 말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러니 캐릭터, 타인의 입을 빌려서라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 잘 안 그려져요.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요?
7살, 3살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예요.(웃음) 쉴 틈 없는 육아의 현장 속에서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 친구들도 만나요. 서로서로 지친 육아 라이프를 들어주면서 응원하고 다시 에너지를 얻고, 그렇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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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서영희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모르겠어 엄마도. 우리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예요. 친구처럼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고, 실제로도 저 또한 엄마는 처음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같이 헤쳐나가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거나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절대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육아잖아요. 배우보다 엄마로서의 한계를 더 많이, 자주 느끼지 않나요?
그럴 때면 화면 속 오은영 선생님을 찾아가요. 하하.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며 아이들과 같이 프로그램 속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솔루션은 제 상황에 적용해보기도 해요. 기회가 되면 오은영 선생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에 출연도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의 유치원 선생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 역시 많은 도움이 되고요. 얼마 전 아이들이 들었던 수업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어요. 개미집에는 수많은 방이 있는데 그중에 무덤 방이 따로 있다고 해요. 개미도 죽은 동료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나 싶어 신기했죠. 그런 내용을 들어두었다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되새겨줘요. 개미도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가 있으니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당부하죠.(웃음) 아이들과 관련된 것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저 또한 새롭게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참 많아요.

요즘 가장 큰 육아 고민이 있다면요?
둘째의 강력한 자기 주장 때문에 조금 난감해요. 모든 것을 혼자 하려 하고, 언니와 엄마가 하는 건 무조건 같이 하겠다고 하죠. ‘둘째들은 뭐든 빠르다’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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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취미라고요.
골프를 하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에요. 예전에는 취미도 어느 정도 체력이나 상황이 받쳐줘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보다는 마음이 먼저 가는 것이 취미더라고요. 마음이 가니 몸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거죠. 그게 요즘 골프예요.

어떤 재미가 있던가요?
공을 때리는 순간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이 해소되는지 몰라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알고 나니 더 집중하게 되고요. 필드에 가면 다들 웃고 떠들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 그 날의 욕심과 미션이 있거든요.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물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자연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큰 행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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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22년이 반이나 지났어요. 남은 올해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매번 촬영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면서도 작품을 마치고 일주일이 지나면 금세 무료함을 느껴요. 회복과 함께 곧바로 새로운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죠. 작품에 몰두하고 배우로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자, 그게 올해 저의 남은 목표예요.

아주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행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죠.
그런 압박감은 굉장히 좋은 거예요. 내 안에서 헤쳐나가고 싶은, 또 그럴 수 있는 압박감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요.(웃음) 잘해내고 나면 뿌듯할 뿐만 아니라 좋게 봐주는 이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압박이 심한 일을 찾기도 해요. 바쁘게 살자는 것이 인생의 모토거든요. 스스로 해결하고 그에 따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Feature Editor 손지수
Fashion Editor 김하얀
Photographer 송시영
Styling 윤현지
Hair 원종순
Make-Up 이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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