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말고 아트 바캉스

특별한 바캉스 계획이 없다고 의기소침하지 말 것. 휴가를 알차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경험의 확장, 여행의 묘미까지 살린 올여름 아트 투어 가이드.

PKM갤러리

올라퍼 엘리아슨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
다채로운 빛과 색, 자연 소재 등을 활용해 우리의 인식을 전환하는 경이로운 작업을 선보여온 현대미술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오랜 관습들로 인해 주변의 상황을 분별력 있게 판단하지 못하는 현시대에, 서로 교차하거나 관계를 맺는 궤적들을 통해 여기 그리고 지금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새로운 관점을 마주하게 될 불확실성의 지대로 관람객을 이끈다. 신작 조각, 워터컬러 페인팅, 대형 판화 등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엄선된 작업들이 공개될 예정.
6월 15일~7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바라캇 컨템포러리

네빈 알라닥 <모션 라인>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모션 라인’은 대상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해 소리, 감정, 동작의 변화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의미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모션 라인은 결국 음악, 형태, 움직임을 모두 결합해 생생한 이미지를 묘사하는 방식.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소리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변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차이를 감각할 수 있게 만든다. 그 작업 세계의 배경엔 터키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하면서 겪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재고가 자리해 있어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5월 25일~7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6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
드디어 국내에서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개인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 40여 점이 전시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 두 점도 함께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사진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로 공장이나 아파트와 같이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장소의 풍경을 포착하고, 이를 거대한 스케일의 프린팅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속에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개인에 대해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든다. 작은 휴대폰 화면 속 이미지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차원이 다른 사진의 세계를 경험해볼 기회다.
3월 31일~8월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국제갤러리

유영국 <Colors of Yoo Youngkuk>
누군가의 추상 세계를 목도하는 일은 그 속에 간직한 신비로움 때문인지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긴 세월 집요한 의지와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 20주기 기념전은 산과 자연을 모티프로 강렬한 원색과 점, 선, 면, 형 등 기본 조형 요소를 활용해 조형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 작가의 예술사적 의미를 조망하는 자리. 작품 앞에서 잠시 눈을 감으면 선명히 떠오르는 색채의 잔상처럼 ‘풍경 없이 풍경을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다.
6월 9일~8월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그 유명한 ‘이건희 전시’를 아직 못 본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예약을 서두르자.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 당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 언급했을 정도로 남다른 철학 아래 예술품을 수집해온 이건희 회장. 그의 뜻에 따라 이건희 기증품 수증기관 전체가 협력해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스케일은 무려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아우르며 금속,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의 방대함을 자랑한다. 전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안목과 취향과 함께 수집품에 담긴 인류 역사의 흐름을 살핀다. 전시 예매는 1개월 단위로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와 어플에서 진행되니 참고할 것.
4월 28일~8월 28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바우지움조각미술관

<바우지움조각미술관>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와 뮤지엄의 합성어인 ‘바우지움’은 한국의 근현대 조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 작품’이 된 이곳은 김인철
건축가가 설계했다. 가장 큰 특징은 길이와 높이가 제각각인 담을 세운 뒤 그 위에 지붕을 얹어 내부 공간을 만든 것. 이를 위해 비교적 가벼운 소재의 지붕을 사용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미술관 주변 터널 공사에서 나온 돌과 콘크리트가 무작위하게 어우러진 담장은 매끈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으로 여겨지는 자연의 특성에 한발 더 가까워진 모습. 낮은 벽, 중정, 수공간은 자연과 전시 공간의 경계를 지우며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자연과 건축, 예술을 하나로 그려낸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뮤지엄 산

<뮤지엄 산>
산 정상에 자리한 ‘뮤지엄 산’의 이름은 ‘Space, Art, Nature’ 세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은 이곳은 한국의 조약돌, 자갈, 모래로 만든 노출 콘크리트와 따스한 빛깔의 자연석이 조화를 이룬다.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떠나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응시하려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기획 의도처럼 단단한 신념과 부드러운 포용을 동시에 지닌 듯하다. 자작나무 길, 잔잔히 일렁이는 물과 반짝이는 돌,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물과 명상, 예술 작품과의 조우 등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
도서관도 ‘핫플’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전국 최초의 미술 특화 공공도서관으로, 도서관과 미술관 사이의 구분을 허물고 혁신적인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명확한 구획 대신 연계와 확장을 염두에 둔 공간 디자인은 아트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듬감 있게 연결된 각 섹션과 조형적인 가구, 아티스틱한 소품이 놓인 공간에 온종일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경기 의정부시 민락로 248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과 함께 전국에서 찾아오는 도서관 중 하나인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지역 문화 자산인 블랙뮤직을 특화 장르로 선정해 타 음악 도서관과 구별되는 특색을 살렸다. 재즈, 블루스, 솔, R&B 힙합 등의 장르 음악, 즉 20세기 이후 서양 대중음악의 원천이자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는 음악에 초점을 맞춘 것. 책을 포함해 다양한 악보와 CD, LP, DVD 등의 음악 관련 자료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드비알레’가 배치된 오디오룸, 뮤직홀과 스튜디오 등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책과 음악이 하모니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서관이다.

경기 의정부시 장곡로 280

 

Editor 손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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