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쌀집 아저씨

맘카페마다 “쌀 어디서 사세요?”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시골에서, 프리미엄 마트에서, 인터넷에서 등등. 하지만 잠실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왜냐고? 쌀집아저씨가 있으니까.

 

사임당처럼 마음 착한 쌀집아저씨
사임당쌀 장종훈 사장님

쌀을 배달한 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올해로 25년째예요. 이쯤 되니 나를 모르는 동네사람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옛날에는 수백 명의 직원을 둔 큰 규모였는데, 직원관리가 너무 힘들어서 줄이고 줄여 이제는 아예 무인점포로 바꿔버렸어요. 배달 나갈 때 그냥 문 활짝 열어놓고 나가요. 가끔 가게에 왔다가 아무도 없으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 동네 애들이 한마디 하고 지나간대요. “아줌마, 거기 사람 없으니까 돈 올려놓고 가면 돼요.”
요즘 시대에 무인점포, 괜찮을까요 갖고 가려면 갖고 가세요, 하고 놔둬버려요. 가끔 CCTV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거 달아놓으면 사람들이 오겠어요? 내 거 챙기려고 꽁꽁 싸매면 오히려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와서 물건을 보면 그만인 것 같아요. 성실하게 배달 다니는 게 보이기도 하니까 신뢰도 쌓이고.
아끼바레쌀을 주로 파신다던데 이름만 듣고 일본쌀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품종개발만 일본에서 했을 뿐 경기도지역에서 재배하는 우리나라 쌀이에요. 철원이 오대미라면 경기도는 아끼바레인 셈이죠. 그중에서도 안성에서 재배한 것을 많이 가져오는데, 토질도 좋고 기온도 쌀을 재배하기에 딱 적당해요. 정미소도 중요해서 저온창고시설을 갖춘 곳의 쌀만 들여와요. 전국에 이런 곳이 몇 없는데 가을에 추수한 쌀을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요. 아끼바레 자체가 같은 양을 심어도 수확량이 20% 정도 적기 때문에 좀 비싸요. 가끔 가격 때문에 뭐라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아는 사람은 알죠. 비싼 이유가 있다는 걸. 그냥 택배로 보내는 건 어중이떠중이로 팔아도 되는데, 직접 배달하는 건 그럴 수가 없어요.

 

 

 

사장님만의 특별한 쌀도 있다고 들었어요 잡곡 먹는 사람들을 위한 쌀이 따로 있어요. 현미랑 백미·찰흑미를 90%, 찹쌀이랑 보리·검은쌀을 10% 섞은 혼합곡 제품이죠. 직접 수천 번의 밥을 지어보고 나서 찾은 저만의 환상적 비율이에요. TV에서 혼합밥이 좋다고 나오면 다들 한 번쯤 시도를 해보는데, 몇 번 하다가 말더라고요. 사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똑같은 비율의 잡곡밥을 계속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어요. 저도 이 쌀을 먹는데, 내 나이 50에 모든 건강검진 수치가 정상범위예요.
포장이 좀 특별한데요 4인 가족이 10kg짜리 한 개를 사면 보통 한 달 반쯤 먹는데, 요즘엔 쌀을 워낙 안 먹으니까 그보다 오래 먹는 집도 많아요. 포장을 뜯은 상태로 오랫동안 두고 먹으니 밥맛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질소포장이에요. 공기 중의 80%가 질소니까 인체에 해로울 염려도 없고,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죠.
동원대학교에 직접 의뢰해서 포장기계를 만들어 왔는데, 여름에 특히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벌레가 안 생겨서 정말 좋다고. 10kg을 하나 시키면 4개로 소분 포장해서 배달해요.
맛있게 밥을 짓는 비법을 공개하신다면 밥물이야 밥솥에 따라 다르니까 쌀을 불리는 시간에 대해서 말하자면, 백미는 딱 10분이에요. 예전에는 쌀을 말리는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불리는 시간도 달랐는데, 요즘은 법적으로 15.5%까지 말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10분이 딱 좋아요. 현미가 들어간다면 불리는 시간은 최소 한 시간이에요. 다이어트나 혈압 때문에 현미밥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쌀눈에 있는 효소를 먹어야만 효과가 있거든요. 그 효소가 커지려면 최소 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면 효능도 좋아지고 부드러워져서 먹기도 편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누구인가요 하루는 쉰 살쯤 된 아주머니가 “나 죽겠네, 나 죽겠네” 하면서 들어오더라고요. 병원에 갔다 오는 길인데, 건강해지려면 잡곡밥을 먹으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잡곡을 사러 왔대요. 그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아픈지, 평소 식습관은 어떤지 등 이것저것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20년간 제가 쌀에 대해 공부해온 것들, 쌀을 먹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그분에게 맞는 쌀을 혼합해서 드렸죠. 그렇게 지난 4년 동안 저랑 계속 이야기하면서 밥을 지어왔는데, 바짝 말랐던 분이 지금은 포동포동해요.
사장님을 가장 힘나게 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가끔 팁을 주시는 분이 있어요. 그게 가장 힘이 납니다. 너무 솔직한가요? 하하. “○○엄마한테서 전화 안 왔어요? 내가 시켜 먹으라고 했는데” 하는 말을 종종 들어요. 사실 저는 누가 누구 엄마인지는 모르죠. 동, 호수만 적으니까. 근데 그 말이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묵은쌀도 받아주는 착한 아저씨라고 소문이 자자해요 시골에서 올라온 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집이 많아요. 많이 올려 보내서 다 묵어버리니까. 버리려니 방법도 모르겠고 돈도 들고. 그럴 때 전화만 주면 제가 받으러 가요. 그리고 여주에 있는 제 농장의 주변에서 닭 키우는 사람들한테 갖다줘요. 서울에서는 버려줘서 좋고, 시골에서는 모이가 공짜로 생겨서 좋죠. 가끔 고맙다고 계란을 주는데, 묵은쌀 준 집에 배달 가면 그 계란을 갖다주기도 해요. 우리 집에서는 안 되는 게 없어요. 쉽게 말해, 뭐든지 다 돼요. 그게 사람 사는 재미지, 뭐.

주소 송파구 오금로 49길 42 문의 010-3726-8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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