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래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세월의 켜가 쌓인 부산의 시장에는 덤도 있고 정도 있다. 정감 넘치는 말투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시장 사장님들, 최고다!

서정옥(초량시장 대성상회)

시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인다. 이 냄새의 진원지인 대성상회는 초량시장에서 40년 동안 참기름, 들기름을 짜온 베테랑 상점. 40년 전부터 사용해온 여러 도구들이 운치 있는 멋을 더한다. 깨를 볶는 곳인 만큼 사장님 부부의 금실도 깨가 쏟아진다.
문의 051-467-7197

참기름과 들기름 중 좋아하는 기름은 난 옥수수기름과 포도씨오일이 맛있더라.
가게는 누구에게 물려주실 건지 남편과 내가 오래 하고 싶다. 우리 부부가 살아온 삶의 현장이니까.
단골손님들에게만 주는 특별 서비스는 속이지 않고 잘 볶아서 제대로 짜주는 게 최고의 서비스다.


 

박광일(초량시장 초량쌀상회)

다른 거 필요 없이, 정직하게 파는 것이 최고다. 품종 좋은 쌀은 기본이고 요새는 귀리, 흑미, 콩 등 건강에 좋은 잡곡을 깐깐하게 선별해 판매대에 예쁘게 진열해 내놓는다. 원산지를 정직하게 표시하고 판매해 단골도 많다. 엄마 손잡고 따라오던 딸이 결혼해서 아이 업고 찾아오는, 친정같이 푸근한 시장 쌀집이다.
문의 051-467-9002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는지 차이나타운에서 하숙집을 하는 중국인 단골. 40년 넘게 우리 집만 오는데, 우리 집 쌀이 제일 맛있단다.
단골에게 서비스는 잔돈 까기. 10원 단위까지 다 받으면 너무 정 없어 보인다.
초량 쌀집, 10년 후의 모습은 부모님에게서 이어받은 쌀집인데 단골들이 많아져서 계속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바로 그 유명한 깡통시장 바리스타 사장이에요”
깡통시장 바리스타 박태권 사장님

깡통시장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커피명인, 빛나는 헤어스타일의 주인공 바리스타 박태권 사장님.
오늘도 손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팍팍 쏟아낸다.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깡통시장에 카페를 열 생각을 했나요 서울에서 지금 막 내려와 깡통시장은 처음이죠? 와, 저 나름대로 여기에서 유명한 사람이에요(카랑카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렇게 예쁜 카페를 열기까지 사연 참 많았습니다. 저기 작은 간이매대 보이시죠? 바로 저기에서 믹스커피도 타고, 레몬도 짜고, 그러다가 드립커피의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온 건데, 바로 1m 거리에 있는 저 매대에서 여기 카페로 오기까지 딱 6년이 걸렸어요. 지금 나이요? 스물아홉인데, 아홉수에 좋은 일이 계속 생기네요.
그냥 시장 커피라고 하기엔 왠지 프로페셔널한 포스가 강하게 느껴져요 처음에 믹스커피 팔 때는 나만의 특별한 커피를 만들 수 없었어요. 믹스커피는 그냥 믹스커피였으니까. 그러다 흔한 시장 스타일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차별화되지 않으니 신통치 않았어요. 커피에 대한 지식도 없고 돈도 없어서 무턱대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 만드는 법을 물어봤다가 미친 놈 취급도 받았죠.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실전이 필요하겠다 싶어 집 한쪽에 로스팅실을 만들어 기계를 들여놓고 직접 원두를 볶기 시작했어요. 산지별 원두를 직접 볶아 원두도 파는데, 이것도 인기가 좋습니다. “이게 뭐꼬? 뭐 이리 쓰기만 하노?” 하며 믹스커피만 드시던 시장 사장님들이 저희 카페에 하루에 한두 번씩 들르시는 걸 보고 이제 됐다 싶었어요. 로스팅 한 지 4일 이내의 신선한 원두로 만드는 커피가 맛없을 수가 없죠!

부산에는 젊고 핫한 거리도 많은데, 굳이 깡통시장처럼 오래된 장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활기가 넘치잖아요. 시장에 오면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 기분이 들어요. 시장 아지매, 할매, 할배들의 버럭 하는 하이톤 호통도 듣기 좋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 살아가는 얘기 나누는 것도 좋고 다 좋아요. 시장이 아니면 불가능한 게 많잖아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세상과 소통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왠지 떠들면 큰일 날 것 같고 주문할 때 외엔 서로 말도 안 하는 신식(?) 카페는 제 체질에 안 맞아요. 친구 어머님의 소개로 깡통시장 길거리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제게 깡통시장은 사랑입니다!
부평 깡통시장의 매력을 한 줄로 말하면 없는 게 없다는 거, 그리고 깡통시장 바리스타가 있어 더욱 매력이 넘친다는 것!
커피를 건넬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하시던데 하이파이브는 영원하다! 저를 비롯한 잘생긴 동생 바리스타들의 트레이드마크죠. 이렇게 맛있고 좋은, 그리고 저희들의 정성이 들어간 커피를 그냥 건넬 순 없잖아요. 이 커피 드시면서 좋은 에너지 얻으시라고 하나의 주문을 만든 거죠. 그리고 이렇게 하면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인터뷰 내내 손님들이 끊이지 않네요. 기억에 남는 손님은 전 다 기억에 남아요. 거짓말 같지만 진짠데 우짤까요? 하이파이브 하나로 친해진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요즘엔 사진들도 엄청 찍으시고 SNS에 올려 가게 홍보도 알아서 해주세요. 어떤 손님들은 시장에 온 김에 구입한 음식을 주고 가시기도 하고요. 또 좋은 커피 정보를 알려주시기도 해요. 여기에서 장사를 한 지 6년 정도 돼서 깡통시장 사장님들과도 아주 친하게 지내요. 어떤 날은 일반 손님보다 시장 사장님 커피 배달하느라 바쁠 때도 있죠.
5년 후의 모습은 어떨 것 같아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웃으면서 장사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그때도 여전히 하이파이브를 외치면서 말이죠.

주소 부산 중구 부평 3길 29-1
문의 051-246-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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