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말하는 남자사람, 안희정

배우자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아내 민주원을 만나을 만나니 대권에 도전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면면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배우자의 이미지나 활동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왜 우리나라 정치인의 아내들은 하나같이 조신한 ‘그림자 내조’를 표방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이젠 남편의 등 뒤가 아니라 곁에서 당차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자도 필요한 게 아닐까. 문득 안희정 지사가 언론에서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라 일컫던 아내 민주원씨가 떠올랐다. 고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두 사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원씨는 남편이 미처 찾아가지 못한 지역의 여성, 교육, 복지, 문화 등 다양한 시설을 찾아가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모 양로원에서 노래 한 곡 뽑고 가라는 어르신들의 요구에 주저없이 마이크를 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녀의 적극적 내외조 덕분에 안희정 지사의 이미지가 상승했다는 평도 따른다.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안희정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를 만날 이유가 분명했다. 171cm의 큰 키에 롱코트를 입고 등장한 그녀는 격의 없고 소탈했다. 스튜디오에 있는 강아지를 따라다니며 “같이 집에 가자”고 하더니, “살찔까봐 피하려 했던” 샌드위치를 결국 두 조각이나 먹곤 “모르겠다”며 웃었다.

요즘 일상이 많이 달라졌죠 일단 남편이 집에 잘 못 들어오고, 제가 만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스케줄이 늦게 끝날 때는 혼자 홍성행 버스 막차를 타고 간다는 게 달라진 일상이네요.
홍성에서는 언제부터 사셨나요 2012년 12월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신도시로 이전했어요. 남편이 먼저 내려가고, 전 아이들 학교 문제로 수지에 살며 5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냈어요.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단 말이 있잖아요. 좋았어요. 남편은 국만 있으면 밥을 먹는 편이라 반찬 걱정도 없었거든요. 아이들이 졸업한 뒤 살림을 합쳤는데, 그간 복을 다 써먹었구나 했죠.
수도권에 살다 지방 소도시에서 생활하는 게 불편하진 않나요 정말 좋아요. 공기 맑고 산 좋고 바다도 가깝거든요. 제 고향이 강원도 춘천인데, 그곳은 산세가 험준하고 협곡이 깊잖아요. 충청도는 평야가 넓게 펼쳐져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어요. 시골의 자연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남편이 바쁘니 혼자 있는 날이 많겠어요. 적적하진 않나요 공관 뒤에 아름다운 용봉산이 있어요. 가볍게 산을 타거나 고양이와 놀아요. 또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제 유일한 취미죠. 요즘엔 《감정조절》이란 책을 읽고 있어요. 감정과 일상의 관계에 대해 배우는 게 많아요.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이 되면 행복해요. 모든 걸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짧은 시간이라 소중하고요.
부부가 함께 쉴 땐 어떻게 보내나요 남편은 주말에도 집에 잘 없지만, 아주 가끔 함께 있을 땐 늦잠 자고 차를 마시고 거실에 둘이 앉아 책을 봐요. 공관에 딸린 작은 텃밭도 가꾸고요. 또 가까운 예산군 덕산에 가면 좋은 온천이 많아서 온천욕을 하고 좋아하는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오면 금세 저녁이에요.
안 지사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아내로서 질투가 나진 않나요 사실 2010년에 도지사 선거 나갔을 땐 좀 당황스러웠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얼떨떨했는데, 익숙해지니 이젠 괜찮아요. 전 남편을 공공재라 생각해요. 얼마 전 <더 킹> 시사회에 갔다가 조인성씨와 사진을 찍었어요. 정말 잘생기셨더라고요. 남편을 좋아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 아닐까요?
남편이 잘생겼다는 건 인정하시네요 제가 봐도 잘생겼어요. 하하하.
고대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어떤 점에 반했나요 외모도 맘에 들었지만, 사람이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생각이 반듯했어요. 무엇보다 지향하는 가치가 비슷해서 호감을 갖게 됐어요.
지향하는 가치라고 하면? 전두환 정권 때 대학을 다녔어요. 5·18 광주에 대한 분노와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있었어요. 학생 신분이지만 독재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싶었죠.

브이넥 니트 제인하우, 와이드팬츠 코스, 네크리스와 링 모두 타니 바이 미네타니.

정치적 지향이 같아도 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물론이죠. 30대엔 남편이 가정을 돌보지 않는 문제로 늘 부딪쳤어요. 이를테면 가사분담이 안 되고, 독박육아를 하게 하고, 바깥 일만 하니까 갈등이 있었죠. 물론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하죠. 어쩜 남녀는 똑같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이리도 다를까요?
안 지사의 변명이 궁금한데요 자신은 최선을 다했대요. 매주는 아니어도 주말에는 되도록 집에 있었다면서요. 하지만 사실은 저 혼자 직장 다니며 아이 둘 키우는 일상을 오롯이 견뎠어요. 그 당시엔 주말에 집에 있는 것만으로는 전혀 도움이나 위안이 되지 않았죠. 아침에 아이 둘 맡기고 출근하면 윗옷이 땀으로 다 젖곤 했어요. 퇴근해서는 혼자 아이 둘을 씻기고, 재우고, 청소하고, 다음 날 아침을 준비하고….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물론 남편도 바빴죠. 국회의원 비서관, 출판사 일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서 지방자치실무소에 들어가 정치에도 발을 담그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직장 다니며 아이들을 키우느라 너무 바빴어요. 서로를 챙겨줄 여유가 없었죠.
어떤 생각으로 버텼나요 일을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버텼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좀 싸울걸 후회돼요. 건강한 싸움 있잖아요. 가사도, 육아도 공유해야 할 부분이잖아요. 저는 그냥 참아내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랐어요.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죠.
교사일 땐 무슨 과목을 가르치셨나요 사회와 정치경제, 사회문화를 가르쳤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니 힘들어하더라고요. 곁에서 지탱해줘야겠다 싶어 그만뒀어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죠. 내 일보다 아이들이 우선이었으니까.
많은 주부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데, 인생 선배로서 코멘트를 해준다면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서 해결될 문제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사회적인 문제죠. 경단녀를 어떻게 가치평가해야 할 것인가는 큰 틀에서 봐야 해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3년 유급 육아휴직을 주고 그 후엔 무조건 채용하라’는 식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권주자로서 남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다른 사람들이 겪어보지 않은 경험을 자기 삶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해요. 27년 동안 정치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 많진 않거든요. 스물다섯부터 정당정치를 해왔고, 20년간 모셨던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봤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동안엔 집에 하루도 오지 않고 증오의 정치를 어떻게 하면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고뇌했어요. 분열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 나와 적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우리라는 개념의 폭을 넓혔던 것 같아요. 7년간의 도지사 경험도 마찬가지예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고민해요. 아침엔 충남노총에서 격려사를 해야 하고, 오후엔 기업인협의회에서 축사를 해야 한다고요. 어찌 보면 대척점에 있는 단체잖아요. 이해관계가 얽힌 곳들을 하루에도 몇 군데씩 방문하며, 어느 한 분도 도민이 아닌 분이 없다는 걸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분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진심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요.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정치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오늘날의 안희정을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그 진심을 국민들이 알아봐주실 거라 믿어요.

정치인 안희정과 남편 안희정의 점수는요 남편으로선 60점이지만, 정치인으로선 100점도 모자라요. 제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선 괜찮아요. 이런 인터뷰하면서 마음에 없는 거짓을 말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에요.
남편 점수는 너무 인색한데요 연애 땐 로맨틱했는데, 결혼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일중독자의 본색을 드러냈죠.
그래도 로맨틱한 순간들이 더러 있지 않았나요 12월에 결혼했는데, 다음 해 1월에 3당이 합당했어요. 결혼 후 한 달도 안 돼서 실업자가 됐죠. 바로 대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어서 대구로 내려가 석 달 동안 떨어져 있었어요. 독수공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쓸쓸한 기억이죠.
다른 쪽 일을 해보라는 권유는 안 해보셨나요 누구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이 사람은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살아온 사람이에요.
이번 대선 나간다고 했을 때도 똑같은 마음이셨겠네요 경선은 두려웠어요. 경쟁과 분열을 거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파괴적 분열이 아니라 세포분열처럼 성장을 위한 분열을 하겠다고 절 안심시켰어요.
남편에게 받은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가요 두 아들인 것 같네요. 둘 다 착하고 예뻐요. 공부는 그럭저럭 했지만요.
둘 다 대학생인데, 학창시절 교육은 어떻게 시켰나요 저희 부부가 모두 일할 땐 아이들이 학교를 마쳐도 갈 곳이 없었어요. 빈집에 오게 하긴 싫어 초등학교 땐 학원에 보냈어요. 하지만 중·고등학교 땐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로 남편과 약속하고 대안학교에 보냈어요. 학교 교육으로도 충분했고, 아이들도 바르게 잘 자랐어요.
요즘 엄마들의 키워드는 ‘육아’가 아니라 ‘성적’이라죠. 공부, 공부 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얘기 아세요? 초·중·고 교과서 내용을 다 합치면 CD 한 장에 들어간대요. 그런 걸 머리에 넣기 위해 아이들을 달달 볶고 주입식 교육을 하는 건 아이들의 미래에 결코 좋지 않죠. 궁금한 지식은 구글링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잖아요. 시간이 아깝죠.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 예상치 못한 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교과서보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상상할 때 나오지 않을까요. 충분히 사랑받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 분야를 파고들거든요. 또 자발적이고 톡톡 튀는 창의성이 있으면 미래 직업을 찾기에도 좋을 듯해요. 잠자리의 비행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착안했듯이 아이들도 자연을 벗 삼아 놀다보면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죠. 부모에게 충분히 지지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아이, 자연에서 잘 뛰노는 아이들이 미래사회를 만드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대개 정치인 아내는 ‘그림자 내조’를 지향하지만, 그간 활동을 보면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 듯한데요 ‘정치인의 아내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는 ‘내 삶을 사는데 정치인 남편이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려해야죠. 전 취약 계층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보육시설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해 요즘도 공부하고 있어요. 앞으로 정치인의 배우자로서의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고민해야겠죠.
그럼 다시 질문해야겠네요. 인간 민주원, 나아가 부부가 지향하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크게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 작게는 사회의 출발점인 가정이 행복한 세상이에요. 부모가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면 아이가 불행감을 느끼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악순환이 되고요. 가족이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행복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한 가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죠. 주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야 그 품속에서 아이들이 사랑받을 수 있어요. 사랑을 많이 받아야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런 아이들이 결국엔 이웃도 돌아보고 공부도 잘해요. 그런 아이들이 많아지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해요.
이 숙제는 앞으로 누가 해결해줄까요 안희정이죠(웃음). 남편은 가족을 작지만 가장 큰 우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삶을 조금 더 낫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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