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딸 이소은, 어떻게 키우셨길래?

가수, 국제변호사에 이어 국제상업회의소(ICC) 뉴욕지부 부의장까지, 이소은이야말로 이 시대 엄마들이 꿈꾸는 엄친딸의 표본이다. 그녀가 말한 성공 비밀인 ‘특별한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의 주인공 이규천, 최희향씨를 만났다.얼마 전 <영재발굴단>에서 이소은의 미국 생활을 공개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그녀는 훌륭한 법조인으로 거듭나 있었는데,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을 꼽았다. ‘공부하라’가 아니라 ‘놀아라’ 했고, 시험을 망쳤을 땐 ‘왜 그랬냐’는 질책보단 ‘잊어버려’라 말한 것이 그 예. 아이들을 무한대로 믿고 지켜봤더니 잘 커줬다는 이소은의 부모, 이규천, 최희향씨의 교육 철학은 바로 ‘방목’이다. 방송 출연 후 부부는 한동안 실검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는데, 대체 어떤 교육 노하우가 딸 이소은을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인지 <스타일러>가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많은 부모들이 ‘방목’을 추구하지만, 실천할 용기는 없어요. 방목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두 분의 방목 노하우가 궁금해요
아이들에게 틀을 정해주지 않았어요. 뭐든 부딪치며 스스로 깨닫게 했어요. 소은이는 방학만 되면 친한 친구와 나가서 놀았어요. 방학 끝날 무렵에 “숙제 다 했어?” 물었더니 “엄마, 숙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요” 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들은 어른처럼 공부와 놀이를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요. 어른이 아이들에게 지적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삶의 가치를 스스로 형성한 것 같아요.
공부보다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공부는 철이 들어 필요하다 생각이 들면 하게 돼요. 어릴 땐 여러 경험을 통해 가치를 깨닫거든요. 공부와는 다르죠. 물론 부모로서 이정표를 제시할 순 있어요. 이쪽으로 가면 무엇이 나오는지 알려줄 순 있지만, 결정은 항상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맡겨두는 게 맞아요.
방송을 보니, 아빠와 딸 사이가 돈독해 보였어요. 연구에 따르면 부녀 사이가 좋을수록 아이들의 교육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전 권위 따위는 내려놓은 만만한 아빠예요. 아이들이 자랄 때 평일에 바빠서 얘기 나눌 시간이 없으면, 주말에 따로 경양식집에서 데이트를 했어요. 아이들이 유학 중일 때 자주 편지를 썼어요. 주로 용기를 주는 내용이었죠. 너는 잘하고 있다, 네가 잘하니 아빠는 행복하다 등등. 아이들도, 아빠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소은은 서문여고 재학 시절 가수로 데뷔했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몇년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하고 국제변호사로 변신한 그녀는 현재 국제상업회의소 뉴욕지부 부의장으로 근무 중이다. 언니 이소연은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신시내티 음악대학 동양인 최초 피아노과 교수. 줄리어드 음대 재학 중 8년간 전액 장학생으로 유명하다.

어머니께선 딸들이 실패할 때마다 축하카드를 보냈다던데요
아이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실패한 뒤 스스로도 힘들 텐데 엄마까지 그 무게를 더할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실패하더라도 되돌아가서 충분히 극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만큼 딸들이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요. 요즘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채찍질해야 더 좋은 성적을 얻고,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생각하죠
요즘 교육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요. 엄마들이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자녀들의 인생을 주도하죠. 아이들은 하나의 개체거든요. 어느 정도까진 부모 말을 듣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기면 반항하게 돼요. 부모의 계획 속에 아이를 맞춰 넣으려 하기보단, 아이가 자기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게 중요해요. 인생을 살아가는 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니까요.
큰딸은 피아노를 전공했죠. 특히 예체능은 부모의 가이드가 필수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요
소연이가 클 때 동네 아파트에서 다들 피아노를 시키니까 저도 보내봤어요. 아이가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연습을 강제로 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줄리어드 입학 전까지 프라이빗 레슨 한 번 받지 않았어요. 1주일에 한 시간 배우는 커뮤니티 정도 하는 수준이었죠. 줄리어드 음대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고요.

“부모의 계획 속에 아이를 맞춰 넣으려 하기보단, 아이가 자기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게 중요해요. “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셨죠.(대학교수였던 이규천씨는 부당해고를 당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온 가족이 펜실베이니아에서 6년간 살았다.) 그때의 경험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나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은이는 알파벳도 모른 채 미국에 갔는데, 6개월간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더군요. 그러다 한 학기가 지난 후 말문이 갑자기 터졌어요. 아이들은 듣고만 있어도 흡수한다는 걸 알게 됐죠. 학원을 억지로 다니게 하기보단 계속 들려주는 영어 교육법이 좋은 것 같아요.
대학교수인 아버지, 영어유치원 원장인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기 때문에 금수저란 시각도 있어요. 금수저는 성공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생각하나요
미국에는 제가 공부하러 간 거예요. 형편도 어려웠죠. 아이들 공부를 위해 간 것은 아니었지만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것은 참 잘했다 생각해요.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아이들은 자연스레 부모처럼 살아야겠다 생각하거든요.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아이들은 자연스레 부모처럼 살아야겠다 생각하거든요. “

 

소은씨는 중학교 때 한국에 들어왔고 한창 학업에 열중할 때, 가수 데뷔를 했는데 우려는 없었나요
얼마나 망설였다고요. 가요제 출전 후 정말 많은 기획사에서 찾아와 한 곳 한 곳 다 만났어요. 그때 만난 분이 윤상씨예요. 이 사람이라면 소은이의 감수성이나 모든 것들이 하나도 다치지 않을 거란 믿음이 들었죠. 그래서 학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활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수 데뷔를 한 거예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나요
같은 침대를 쓰는 언니가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어요. 이불 뒤집어쓰고 매일 노래를 불렀어요. 저희 결혼기념일에 노래를 녹음해 선물로 주기도 했죠. 그런 걸 보면 어릴 때 아이들을 잘 관찰하면 답이 나와요.
잘 관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애들마다 취향이 달라요. 소연이는 책은 절대 안 읽지만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했고, 소은이는 밖에 나가자고 해도 집에서 책을 읽었어요. 아이들에게 뭘 시키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놔두어야 해요. 우리 부부의 모토가 ‘생긴 결대로 키우자’예요.
아이들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 다르지만 엄마들은 미처 그걸 못 보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요. 요즘 엄마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전 정보력이 제로였어요. 자식 교육에 대한 정보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죠. 아는 엄마 집에 갔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학습지를 풀더라고요. 안타까웠어요. 그냥 놀게 놔두면 알아서 할 텐데 말이죠. 어떻게 보면 제가 정보력이 빵점이었던 게 다행이었죠. 어릴 때 주입한 지식은 다 잊어버리거든요. 대신 필요할 때 담을 수 있도록 용량을 늘려주자는 생각은 했어요. 알아서 놀다보면 더 많은 걸 발견하게 되거든요. 세상에 문제아는 없어요. 부모가 문제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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