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과 서울로7017 산책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보행로 서울역 고가가 지난 세월의 흔적을 떨치고 보행로 ‘서울로 7017’로 다시 태어난다. 박원순 시장의 사람 중심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 보행로 개통을 앞두고 박원순 시장이 <스타일러>에게 가장 먼저 데이트를 신청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요? 차로가 사람을 위해 바뀐다는 것, 시대와 역사가 변하는 거죠.” 새로 태어난 서울역 고가의 화려한 변신. 1970년대 산업화의 유산이던 옛 고가의 모습은 보존하고, 서울역과 명동, 남산 등 17개의 동네를 잇는 접근로를 더했다. 이렇게 탄생한 ‘서울로 7017’은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 철학과 비전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람이 걷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활용하기로 결정한 것. 현대와 과거가 조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필요한 것은 과거 유산을 되살리고 연결하는 도시재생이라 생각했다.  “아현고가, 약수고가 등 서울의 고가가 다 철거되고 있어요. 그런데 굳이 모든 시설을 철거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기찻길을 보행로로 바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거든요. 무차별적 철거와 개발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었죠. 이제 ‘서울로 7017’로 도보 10분이면 명동이나 남산에 갈 수 있고, 세운상가 데크를 통해 걸어서 20분 안에 도심을 만날 수 있어요. 도심 전체가 연결되고, 주변 지역의 발전과 산업, 관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겁니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보행 즉 ‘걷기’에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도시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보행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동차가 주가 된 요즘은 어떤가요. 환경오염, 교통혼잡, 사고유발 등 많은 문제가 뒤따르잖아요. 시장 취임 후 보행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프로젝트가 그 상징이 되었습니다. 걸으면 환경 개선, 대기질 향상, 에너지 절감, 지역경제 부흥, 삶의 질 향상까지 1석5조의 효과가 있죠. 이것이 바로 보행친화도시의 비전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은 새롭게 거듭나기보다는 자연스레 변모하는 도시였으면 좋겠어요.
도시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 켜켜이 녹아 있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조금씩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모하는 게 도시죠. 저는 서울이 공격적 개발에 제동을 걸고, 옛것을 지혜롭게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해요.

시장님도 평소 많이 걸으시나요 걷는 걸 아주 좋아하죠. 물론 요즘엔 쉽진 않지만, 예전엔 BMW(Bus, Metro, Walking)가 내 교통수단이었으니까요. 걸어야 사람이 보이고, 주변 상가가 보이고, 도시가 보여요. 차를 타고 다니면 길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걸으면 모든 걸 기억합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많이 걸어요. 런던 템즈 강 시내구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봤어요. 그랬더니 사우스 뱅크, 내셔널 갤러리부터 작은 카페와 길가 마켓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태초에 길이 있었어요. 로마는 지금 망했지만 로만 웨이가 있었고, 스페인이나 독일에도 당시 만들어진 길이 아직 남아 있죠.
이 길이 하이라인파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요. 하이라인파크와 비교해 ‘서울로 7017’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다면 하이라인파크는 기찻길이었으니 이곳보다 훨씬 낮고, 주변에 주거지가 빼곡해요. 반면 ‘서울로 7017’은 굉장히 높고, 주거지가 없죠. 이곳의 장점이 있다면 약현성당, 남대문교회 등 수많은 역사문화자원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는 거예요. 또 보행로에 문화체험이 가능한 액티베이터를 설치해 사계절 다양한 문화공연이 가능하다는 점도 들 수 있겠네요. 하이라인파크와 서울로 7017은 이렇게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공통점은 도시재생이란 점이에요. 도시를 사람 중심 생태계로 만드는 거죠. 산산조각이 나 있는 서울을 연결해주는 거예요. 연결하다보면 나아가 소속, 유대(connectedness)가 생기는 겁니다. ‘7017’이란 단어로 알 수 있듯 열일곱 개의 브리지가 연결된 모습이죠. 흩어진 길을 다시 모으고 싶었어요. 상전벽해가 바로 이런 걸 두고 쓰는 말이 아닐까요?

 

보행로에 다양한 나무와 꽃들도 심어놓았던데요 콘크리트 고가 구조물에 초록빛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 거죠.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 위니 마스(Winy Maas)의 설계에 따라 서울시에서 생육이 가능한 나무들을 가져왔어요. 50과 228종 2만4085주의 나무를 심었으니 스케일이 상상이 되나요? 600개가 넘는 트리포트에 수목을 배치하여 보행로를 살아 있는 식물도감으로 만들었답니다.
서울로 7017이 가져올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역이 활성화되는 거죠.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죽은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방금 우리가 걸었던 고가 밑의 공간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거예요. 원래는 쓰레기 집하장이라 냄새가 심했는데, 쾌적한 공원이 된 거죠. 이 보행로를 이용하면 걸어서 서울 시내 어디로든 갈 수도 있고요.

 

서울이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도시였으면 좋겠어요. 건축은 예술이지, 건설이 아닙니다. 그 시작이 서울로 7017이었으면 합니다.

‘다시 세운 프로젝트’, ‘경의선 숲길’ 등 서울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시장님께서 추구하는 서울시의 미래는 새롭게 거듭나기보다는 자연스레 변모하는 도시였으면 좋겠어요. 도시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 켜켜이 녹아 있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조금씩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모하는 게 도시죠. 뉴타운을 만들어 싹 밀고 아파트만 지어서는 이런 도시를 만들 수 없죠. 서울은 이미 그런 무자비한 개발 때문에 큰 고통과 강제적 변화를 겪었잖아요. 저는 서울이 공격적 개발에 제동을 걸고, 옛것을 지혜롭게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가 됐으면 해요. 도시재생이란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 맞게 고쳐가는 거예요. 우리가 해외의 오랜 도시들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도 그 도시의 오랜 역사와 문화들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잖아요. 신구의 조화가 느껴지는 도시가 제 이상향이에요. 어찌 보면 노후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다워요. 화려한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를 꼽으라면 어디인가요 도시마다 색깔이 있어요. 일본 동경은 그레이예요. 무인양품이 특히 인상적인 브랜드였는데, 그곳은 흰색, 검정, 회색 등 무채색의 조화만으로도 아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더라고요. 벨기에는 핑크색이 많고, 덴마크는 까망과 빨강의 조화였어요. 스페인은 황토색이고요. 한국은 뭘까 생각하면 까만 자동차처럼 어둡고 침침한 컬러가 떠올랐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어요.

서울이 어떤 색깔을 지니길 바라시나요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도시였으면 좋겠어요. 전 성냥갑 같은 단조로운 아파트를 증오해요. 서울역 주변에도 우아한 건축물들이 꽤 많아요. 다양하니 예쁘잖아요. ‘동일건물건축 금지법’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설계비에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획일화된 건축물이 양산되거든요. 독일은 전체 건축비의 10%를 설계비로 써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예술품을 만들 수 있죠. 건축은 예술이지, 건설이 아닙니다. 서울시의 2017년은 건축의 해입니다. 건축 비엔날레, 서울세계건축대회(UIA)도 열려요. 또 신문로 일대가 박물관 마을로 형성돼 개화기 때의 가게와 주거지들이 다시 복원될 예정이죠. 올해를 디딤돌 삼아 서울이 좀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깔을 지닐 수 있기를 바라요. 그 시작이 서울로 7017이었으면 합니다.(웃음)
서울로 7017이 어떤 길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연애하면서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겠고,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은 사람은 도시의 정취를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직장인의 스토리도 생길 테죠. 연애나 사업에 실패한 이들은 힐링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구상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곳에 온 모든 사람이 서울이란 도시가 지닌 색깔만큼 만 가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길이 되었으면 해요.

 

서울로 7017 vs 뉴욕 하이라인 파크

Editor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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