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는 함양의 숲

사람의 숲

상림(上林). ‘위쪽에 있는 숲’이라는 이름의 이 숲은 경남, 그러니까 저 아래 남쪽인 경남 함양에 있다. 상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넉넉한 숲이다. 위천수라는 이름의 강을 따라 폭 80~200미터, 길이 1.6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지는 상림의 면적은 21헥타르로 축구장 30개 정도의 크기다. 여기에 활엽수만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심겨 있어 전형적인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림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다른 숲과 달리 사람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돼 있다. 상림의 시작은 1100여 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은 당시 함양 읍내 중앙을 흐르던 위천수 때문에 홍수 피해가 심하자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 불리며 홍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하다가 후에 중간 부분이 끊기면서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는데, 하림 구간의 숲은 집이 들어서고 마을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상림만 옛 숲의 모습을 유지해왔다.

상림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중앙을 관통하는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걸어보거나 숲의 바깥에서 숲을 조망하며 둘러볼 수 있다. 숲 가운데로 들어서니 너른 잔디광장이 펼쳐지고 광장의 맞은편 끝에는 높이 자란 굴참나무와 이팝나무가 뒤섞여 바람에 흔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팝 꽃잎이 눈처럼 떨어져 잔디 위로 수북이 쌓였다. 비현실적인 장면이 온몸의 감각을 나른하게 도취시켰다.

숲 안으로 들어가면 빼곡한 나무가 원시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굴참나무와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같은 것들이 긴 시간 서로의 영역을 거스르지 않고 비켜나 자라난 모양은 사람의 상상력을 벗어나는 선의 조합이다. 나무가 상생을 위해 만들어낸 정렬 방식 위로 다람쥐가 뛰어다닌다. 나뭇가지 사이로 땅까지 닿은 햇볕은 이삭여뀌 같은 야생화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운 좋게 자리 잡은 상사화 같은 것들은 그늘 아래에서 꽃을 피워낸다. 숲길 중간에서는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의 뿌리가 합쳐진 연리목과 1906년 도 유림들이 최치원을 추모하며 건립했다는 사운정도 만날 수 있다. 숲을 관통하며 흐르는 개천을 따라 걷다보면 금호미 다리라는 작은 다리도 건넌다. 최치원이 상림숲의 조림을 마치고 한 나뭇가지에 자신이 쓰던 금호미를 걸어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금호미 다리를 건너면 상림의 반대편 끝에 다다르고, 거기서부터는 상림 옆에서 여름의 만개를 준비하는 연꽃단지와 꽃양귀비 밭을 따라 걸으면 된다.

양 사람들은 상림을 역사적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으로 여긴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단체로 숲 체험을 하러 온 유치원생들과 노년의 여행객이 운동 삼아 산책 중인 함양 주민들과 뒤섞인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부인 옆에서 한가롭게 운동시설에 매달려 있는 촌부의 모습은 그렇게 서로 어우러진다. 그런 모습은 숲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일지도 모른다. 멀리 두고 조망하는 숲이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하는 숲 말이다.

 

 

숲을 나와서

상림을 맘껏 누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선비문화 탐방로’를 찾아가볼 것을 권한다. 화림동계곡을 비롯해 함양의 물길 따라 정자들과 어우러진 풍광이 근사하다. 특히 차로 약 20분 거리의 안의면에 있는 광풍루 앞에 150미터쯤 이어지는 갯버들 숲이 멋지다. 그리고 이왕 함양에 왔으니 갯버들 숲을 보기 전후에 안의갈비찜을 먹는 것이 좋겠다.

 


안의갈비찜이 왜 유명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방이 적고 특유의 냄새가 나는 수입갈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갈비찜 양념에 고추장을 넣기 시작한 것이 안의갈비찜으로 알려졌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왔던 삼일식육식당(055-962-4492)이나 옛날금호식당(055-964-8041)을 이용하면 무난할 듯. 식사 후 여유가 있다면 서상면의 한옥 카페 다소니(055-964-3232)를 추천한다. 1954년에 지은 한옥을 개조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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