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이 중고를 대하는 자세

중고 제품이라고는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받던 것이 전부였던 김은정씨가 핀란드에 살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접시가 필요하거나 낱개의 가구가 필요할 때면 헬싱키 내 중고숍부터 기웃거린다.

중고숍에는 누군가 잘 쓰다가 내놓은 물건들도 있는데 그 중에는 아라비아, 이딸라 빈티지와 아르텍 가구도 있다. 심지어 가격대도 꽤 괜찮다. 핀란드 사람들이 중고를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누구나 다 살 수 있는 물건보다는 유니크한 엔틱 물건들로 집안을 채우고 싶어서와 두번째는 ‘One man’s trash is another man’s treasure’, 즉 누군가에겐 쓸모 없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귀한 보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에는 일 년에 두 번, 모두가 주인이 돼 중고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 데이가 있다. 핀어로는 시이보우스빠이바(Siivouspäivä), 클리닝 데이라는 뜻이다. 플리마켓을 사랑하고 재활용을 권고하는 기념 행사로 혼자 또는 그룹을 이뤄 누구나 참여와 판매가 가능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공식적인 주최자도 없고, 전문성을 띄지 않는다. 모든 참가자가 이 행사의 책임자인 셈.

판매되는 물건은 헌 옷이나 육아 용품, 책, 신발, 가구, 새장, 자전거, 운동기구 등 다양하다. 장소는 공원이나 길가, 집 마당 어디에서든 가능하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중요한 장소 주변이나 거리에서는 제약이 있다. 자유로워 보이는 행사 안에서도 규칙은 존재한다.

1 제품의 품질에 따라 가격을 공정하게 설정할 것.

2 좋은 컨디션의 물건을 판매할 것.

3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것. (비가 올 것을 대비해 큰 비닐을 준비하는 것 등)

4 돌이나 아스팔트, 자갈 위에서 판매하되 잔디에서 판매할 경우 손상을 최소화할 것.

5 보행자 도로나 공공 장소를 방해하지 말 것.

6 판매되지 못한 물건을 집으로 가져가거나 재활용센터에 보낼 것. 반드시 책임지고 깨끗하게 정리할 것.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옷. 저번 클리닝 데이에는 엔틱 촛대에 마음을 빼앗겨 집으로 데려왔는데 올해는 발코니에 놓을 카펫을 찾아다녔다. 가격과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드는 카펫을 찾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결국 내려놓고 왔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건 중에서 나와 인연이 맞는 물건을 고르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상태가 좋은 물건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손을 대기도 꺼림직할 만큼 더러워 보이는 인형들도 있고, ‘이런 옷을 누가 입어?’라는 생각이 드는 의류도 있다.

핀란드에서는 중고품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것이 새 것을 사는 것만큼 익숙해 보인다. 필요한 물건에 대한 대화를 할 때도 특정 브랜드 이름을 말하기 보다는 괜찮은 중고숍이나 중고 사이트를 서로 교환하고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클리닝 데이는 건강한 도시 문화를 발전시키는 가장 깨끗한 축제가 아닐까.

쉽게 버리고 낭비되는 것들이 쌓여가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클리닝데이. 물건이 돌고 돌아 또 다른 주인을 찾고 새 주인을 만나는 과정이 아름답다. 나도 그 아름다운 과정에 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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